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리고 새롭게 경험을 할 수록 알게 된 사상과 개념 혹은 사실이 이전에 습득한 관점이나 본질을 바꿔놓을 때 우리의 인식 속에서 나비효과가 일어난다. 저자는 지난 세기를 살았던,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폴리매스들을 소개한다. '폴리'란 '많은''복합'을 의미한다. 다능하고 박식한 폴리매스polymath란 말 그대로 서로 연관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적어도 세가지 일을 출중하게 하고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다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전인적 차원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며 자아를 실현한다.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평생 살기를 거부하고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여러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은 다양한 잠재력을 타고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시스템은(교육을 비롯하여) '한우물'만 파는 '전문가'시스템에 치우쳐져 있다. 한 우물을 파는 전문가가 되어야 진리를 발견하고, 자아를 찾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화 시스템은 이미 시대에 뒤진 시스템으로 무지와 착취와 환멸을 조장하고, 창의력과 기회를 억누르고, 성장과 발전을 방해한다. 저자는 오늘날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폴리매스 기질을 꺾을 뿐 아니라 타고난 폴리매스 기질 자체를 잊고 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문화는 전문화시스템을 통해 지배권력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겠지만, 각 개인이 자아를 실현하고 지적 자유를 누릴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발전을 저해한다. 그러나 기계지능이 탄생하고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면 세상은 폴리매스가 부흥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사실 모든 인간은 폴리매스가 될 가능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폴리매스가 '되어가는'것이 아니라 폴리매스로 '되돌아가는'것이라고 해야 옳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은 사실 부자연스러운 일이며 한 사람에게 하나의 고정된 역할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문화는 역사를 보는 시각을 제약한다. 저자는 역사속의 폴리매스들을 소개하면서 서구중심의 백인들 이외에도 폴리매스의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시당하거나 제외되었던 여성이나 평민, 비서구사회 인물들을 조명한다. 폴리매스에는 지도자형, 킹메이커형, 혁명가형, 지식인형, 교육가형, 신비주의자형, 탐험가형, 과학자형, 예술가형, 기업가형, 박애주의자형 등 다양한 유형들이 존재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진보를 이루었지만 그러는 사이 인간의 자유와 다양성이 희생되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착취, 수많은 대기업이 조장하는 경쟁과 대립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과도한 경쟁 문화는 분업을 촉진하고 전문가를 숭배하는 미신을 퍼뜨렸다. 그러나 급격하게 바뀌는 노동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불가피한 이직에 대비하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꼭 필요한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최근 한 가지 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깨닫고 국가차원에서도 산업다각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멸하고 있다. 직업 하나만 놓고 계획을 세우면 안 된다. 플랜 B와 플랜 C,D등 다양하게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다가오는 세기에는 쓸모없는 계급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기계로 대체 가능한 무능하고 값비싼 존재가 되는 대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기술에서 인간을 간단히 앞지를 수 있는 초지능 기계가 등장하는 세상에서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한 가지 일만 잘하도록 교육받은 인간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인간이 전인적 자아실현을 꿈꾸는 존재가 되길 위해서 어떻게 해야 다양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1.개성: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
2.호기심: 경계를 짓지 않고 중단 없이 탐구하는 능력
3.지능: 다양한 자질을 배양하고, 연습하고, 최적화하는 능력
4.다재다능함: 여러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넘나드는 능력
5.창의성: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을 연결하고 종합해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능력
6.통합: 다양한 지식의 갈래들을 통합해 '전체'를 그리는 능력
이와 같은 사고방식의 지도를 가지고 어떠한 사회를 꿈꿀 수 있을까?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이질적인 두 사회의 교차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호기심, 통합적 사고, 창의성을 육성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다재다능한 인재를 육성하고, 제도권 내의 교육관에서 전일적 교육을 체험하기 어렵다면 자기주도 학습이 필요하다. 오늘날 자기주도 학습은 용이해졌다. 온라인 자료를 통해 필요한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더러 무료 디지털 플랫폼이 많이 발달해있기 때문이다. 직업과 노동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폴리매스에게 노동은 전통적인 의미의 직업이나 경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노동을 즐거운 일, 프로젝트, 기회, 모험, 주도적 과제로 칭한다. 노동은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신나는 모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꼭 맞는 천직을 찾아 평생 고수하기를 고집한다. 그러나 한 영역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 수획체감의 법칙에 따라 만족감이 떨어진다.19세기 제조기술이 작업의 단순화를 통해 숙련 노동자들을 대거 대체했듯이 20세기의 컴퓨터 혁명은 중간 소득 일자리들을 쳐내고 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인간 고유의 영역조차 자동화될 위험에 놓여져 있는 셈이다. 보다 복잡해진 직업의 세계에서 폴리매스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직하는 길, 여러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길, 다재다능한 역량을 발휘하는 직업을 찾는 길을 통해 경력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디어와 기술의 세계화로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역사상 최초로 수많은 보통 사람이 지식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 개인은 상업, 예술, 지적활동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자율성을 누리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런 모든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이자 가능성이다. 가까운 미래에 신경과학 분야에서 엄청난 진보가 이루어진다면 유전자를 교체할 수 있고 시냅스가 10경 개에 달해 다수의 상황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가진 신인류가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초지능 기계의 등장에 대비해 인간의 사고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정신이 결국 기계를 프로그래밍하기 때문이다. 기계에 심을 핵심가치 등 세상의 복잡성을 깊이 이해해야 하고 다재다능하고 전인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명쾌한 사고가 필요하다. 미래를 지배할 주인공은 사이보그나 초지능 기계가 아니라 이들 기계가 인류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할 만한 시각, 창의성, 비판적 지능을 갖춘 사람, 이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할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다. '총,균,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최근 테슬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유명 연주자이자 시인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밥 딜런 등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인사들 중에는 폴리매스가 많이 있다. 이들의 경력을 파고 들어가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재능이나 전문지식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화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서로 분리된 채 지내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위치에 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착취당하기 쉽다. 이 시스템에 길들여지면 타고난 아름다움을 무시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차단해버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꿈꾸고, 다양한 기술과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폴리매스의 놀이라기보단 생존전략으로 느껴진다. 점점 발전해가는 기술과 기계가 빼앗아갈지도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폴리매스는 천재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일만 평생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지루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신의 잠재성도 다양한 분야의 호기심도 억누른 체 어떤 한 분야만을 선택해 일한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관성적으로 하는 것만 계속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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