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어떻게 바꾼것인가?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50년대 후반 출생으로 학창시절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는 빠르게 발달한 컴퓨터의 변천사를 직접 체감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그는 '미디어의 이해'를 저술한 맥루한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문자혁명이 인간 사고에 미친 영향을 시작으로 인터넷이 등장함으로써 우리의 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통찰하고 있다.
문자 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의 관계
맥루한이 언급했듯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의 유통 수단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각의 과정도 형성한다.인터넷 역시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과 교환한 것은 구식 선형방식(조용하고 집중적이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이는 신속하고 축약된 정보의 흡수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식의 사고방식에 밀려났다. 어느새 우리의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라고 연결되고 싶어한다.
우리의 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살펴보자. 우리 뇌의 신경조직은 유전자가 지닌 정보가 특정 환경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는 뉴런 사이의 접촉 장벽은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전에는 성인의 뇌가 변하지 않는 물리적 조직으로 기계적 장치로 보는 것이 산업혁명 시기의 보편적인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머제니치의 원숭이 두개골 실험은 다 큰 영장류의 뇌에 광범위한 가소성이 존재함을 증명했다.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가소성이 보여주는 증거는 확실해졌다. 우리의 뇌 회로는 감각, 시각, 청각 또는 기억 등 어느 것에 관여하든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언제나 유동적이며 환경과 행동의 작은 변화에도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고 우리의 사고, 인식, 행동방식은 전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뇌는 우리가 사고하는 그대로 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우리의 뇌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신체 행동만이 아니라 정신적 활동 역시 신경 회로를 더 광범위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뇌 속의 살아있는 통로는 저항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신적인 기술 연마를 멈출 경우 우리는 단지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담당하는 뇌 지도 내 공간은 우리가 훈련하는 다른 기술에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인해 신속하고 빠르게 단편적인 정보를 흡수할 수 있게 된 대신 긴 글을 읽기 어렵게 된 것처럼.
문자의 발명과 확산은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다. '시'로서 대표되는 고대사회의 구어식 표현이 알파벳의 발명으로 글쓰기의 기술로 전환되면서 우리의 사고방식 또한 변하였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문헌에서 말하기에서 쓰기 문화로의 전환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의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맥루한은 문자 사용 이전의 사람들은 이 세상에 대해 특히 강렬한 '감각적인 몰입'을 누렸을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글로 쓰여진 말은 그러한 감정적인 몰입이나 감정으로부터 단절되고 그 대신 기억력이라는 속박에서 해방되었다. (이 역시 사고방식의 변화이다.) 알파벳이 가져다준 인지적 혜택은 대중들에게 확산되기까지는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인쇄, 제작, 유통과 관련한 일련의 지적기술들의 발명으로 대중들에게 확산되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중세시대 수도사나 특정계층이 누리던 특권을 대중화시키며 인쇄와 출판의 경제를 바꾸어놓았다. 책을 일일이 만들어야 했던 수작업이 산업의 영역이 되면서 책값은 저렴해졌고, 소형화되었으며 이는 독서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중세 후기부터 문화의 주류는 인쇄물이 되었다. 이제 전자 혁명으로 그 주류가 새로운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꾸다
현대적 컴퓨터의 청사진 역할을 한 앨런 튜링은 그 전까지는 한 기기가 한가지 수행밖에 할 수 없다는 관념을 뒤집고 다른 정보 처리 기기가 행하는 어떤 기능이든 수행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컴퓨터는 튜링의 예상보다도 훨씬,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어 빠르게 다른 기기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영화와 텔레비전 기술, 비디오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인터넷이 가진 쌍방향성은 사람들이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증가시켰다. 인터넷 사용의 증가와 함께 줄어든 것은 인쇄물을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이다. 정보가 디지털화되자 미디어 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낡은 기술은 경제적, 문화적 힘을 잃었다. 디지털의 분절화를 언급한 부분에서 모든 종류의 정보를 하나의 스크린에 모으면서 분산된 콘텐츠가 화면을 어지럽힌다는 대목에 공감이 갔다. 그리고 인터넷이 모든 것을 잠식하면서 다른 미디어들(신문, TV, 영화 등)이 웹사이트의 느낌과 모양을 따라하는 마케팅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공공도서관 역시 중앙의 공간은 자료검색과 인터넷 서치를 위한 컴퓨터가 설치되고 인쇄물은 구석으로 밀려났다는 대목에서 낡은 것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 책의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렸는데 책은 더 나은 읽기의 경험을 제공하고, 더 직관적인 등 전자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책은 종아책보다 비용절감적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그리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읽고 쓰는 방식의 변화가 인쇄된 종이에서 빠져나와 컴퓨터의 방해 기술의 생태계에 장착되어가고 있다. 신문과 측우기의 등장으로도 대체될 수 없었던 책이 다른 미디어로 대체될 날이 올것인가. 오래되고 어려운 고전과 일반대중의 괴리감을 지적하고 책은 선형적이고 계층적인 세계를 떠나 인터넷의 풍부한 접근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요구되는 것은 멀티태스킹이다. 우리는 책이 주었던 고독하게 몰입하는 행위에서 떠나 인터넷에 뜬 수많은 창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곡예'의 운명을 지게 되었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파트였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가설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오히려 인터넷은 집중을 흐트리고, 산만하게 하여 우리의 뇌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몇가지의 실험을 통해 종이책으로 선형적인 지식을 습득한 집단과 인터넷의 각종 시각적 자료와 링크가 달린 자료로 지식을 비선형적으로 습득한 집단을 테스트한 결과 후자집단이 전자집단보다 점수가 떨어졌다는 것도 흥미로운 결과이다. 인터넷이 주는 이러한 인지 과부하의 잠재적 요인은 '관련없는 문제의 해결'과 '주의력 분산'인데 이것은 인터넷의 핵심특성이기도 하다. 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정보를 스캔하여 읽는 뇌'로 바꾸어놓았으며 이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깊게 집중하여 읽는 뇌를 후퇴하게 만들었다. 즉, 대충 훑어보는 것이 지배적인 형태가 되어 지식을 함양하는 것이 아닌 전자 데이터라는 숲의 사냥꾼이나 수집가의 뇌로 진화해 버렸다는 점이다. (이것이 '진화'라고 볼 수 있을까?) 멀티 태스킹의 허상을 지적하는 부분도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결국 우리의 뇌는 이전 세대보다 진화했다거나 더 똑똑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다른 뇌'를 지니게 되었을 뿐이다.
구글은 테일러리즘을 기초로 완벽한 검색엔진을 만들려고 한다. 구글의 북서치 구축은 '책'의 디짙화를 구현했다. 구글은 정보처리 효율성을 지능과 동일시 하며 인공지능이 바로 구글의 최종적 버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지능을 기계적인 과정, 부리될 수 있고, 평가될 수 있고, 최적화할 수 있는 일련의 별개의 과정으로 보는 테일러주의적 신념에 대한 구글의 확신과 확고함을 강조한다.
컴퓨터의 발달은 암기할 영역을 축소시켰다. 기억이 '아웃소싱'이 된 것이다. 주 기억 또는 단기 기억이 보조기억, 즉 장기 기억으로 이동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강화과정도 까다롭다. 또한 장기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합성이 필요하며 이는 생화학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해부학적인 변화도 수반한다. 해마가 새로운 기겅과 오래된 기억간의 연결을 도와 기억의 유연성과 깊이를 형성한다는 것을 보면 생물체의 기억이 지닌 유기적인 성격을 간과한 '기억을 인터넷에 아웃소싱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생물체의 기억은 끊임없이 갱신하는 과정에 있지만.컴퓨터에 저쟁된 기억은 정적인 비트의 형태에 남아있을 뿐이다. 기억은 확장할 때마다 지적능력은 향상하게 되는데 인터넷을 기억의 대안으로 삼게 된다면 그야말로 인터넷은 망각의 기술이다.
우리 앞에 당면한 큰 위협은 우리가 우리를 기계와 차별화시키는 바로 그 특성들을 희생시키면서 우리의 인간성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도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한계도 가져다준다. 가장 인간적인 것들과 맞바꾼 기술들을 상기시켜보자. 맥루한은 새로운 기술, 진보로 우리가 얻은 것뿐만 아니라 잃은 것에 대해서도 민감해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큐브릭은 암울한 예언을 하고 있다.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공지능로 변해버린 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지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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