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경제학자라면(Under Cover Economist Strikes Back)
가정이나 기업을 운용한 개인적 경험만으로 현대의 경제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거시적으로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이 되어 경제 체제의 이면에 있는 결정적이고 실질적인 동력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경제라는 파이의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체제의 문제를 고치려는 관점에서 진지하게 경제를 측정하고자 한 것은 대공황이 닥치고 전쟁의 발발 가능성까지 있던 193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GDP하락으로 인한 불황은 실업의 증가로 사람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준다. 오쿤은 인플레이션율과 실업율이 5퍼센트이면 고통지수는 그 두배인 10퍼센트에 이른다고 했지만 실제 사람들은 그것의 네 배에 가까운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불황기에 구직한 사람과 활항기에 구직한 사람간의 소득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불황은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인 문제를 발생시켜 무형의 비용이 든다. 공황사태 이후 2차세계대전과 히틀러의 등장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10만명의 임시근로자를 고용해서 공공사업을 벌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감세정책을 펼쳐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을까? 그러나 거시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학문이고, 복잡한 관계가 연쇄적으로 얽혀있기에 단편적인 정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추적하려고 애쓰며 하나의 체계로서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탁아불황의 사례에서 돈을 찍어내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 경직성 때문인데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따라 가격이 완전히 자유롭게 조정된다면, 경제의 실제통화량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명목상 변수를 변경시키면 실제 돈을 더 찍어내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격이 유연하게 조정되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야 한다. 가격은 왜 유연하게 조정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심리적인 반발, 즉 공정성의 이유때문에 임금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한 예이다. 또한 경제 상황이 늘 미묘하게 바뀌어도 가격은 일정한 기간 동안 고정되는 현상인 메뉴비용 역시 가격이 경직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미량의 가격경직성은 가격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조정문제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수치로 인한 화폐환상으로 인해 가격경직성이 나타난다.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이런 가격경직성이 나타나는 불황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돈만 찍는다고 불황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화폐에는 세가지 기능이 있다. 화폐가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기 위해서는 화폐의 세가지 기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의 저장수단, 회계의 단위가 그것이다. 교환의 매개수단은 거래의 흔적을 남기는 수단이다. 구매력의 공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의 저장 수단은 구매력의 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화폐는 일종의 기준점,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있는데 이는 회계의 단위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이러한 화폐의 세가지 기능을 파괴한다. 가치의 저장수단을 쓸모없게 만들며 저축과 대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돈은 얼마만큼 찍으면 될까?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언제나 약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부양책인 재정정책의 등장과 불황의 원인을 공급의 부족으로 보는 고전학파, 수요의 부족으로 보는 케인스 학파의 대립이 등장한다. 대부분 단기적으로는 케인스의 법칙이 타당하고 장기적으로는 세의 법칙(고전학파)의 주장에 수긍한다. 경제가 단기적인 수요부족의 문제를 겪는 것인지 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겪는지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호황일 때는 정부지출을 삭감하고 부채를 상환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시장이 더 잘 기능하도록 하고, 불황일 때는 정부 지출을 계속 유지하고 부채를 늘리며 대규모 사회 기반시설 사업을 벌이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거시경제학의 총론을 어렵지 않게 술술 풀어 설명한다. 후반부는 행복지수와 불평등, 미래의 거시경제학에 대해 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빈곤의 정의가 흥미로웠다.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빈곤, 사회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조정한 절대 빈곤선의 개념을 들며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문제와 불평등의 악화를 조망하고 있다. 가격경직성, 효율임금, 기대라는 각각의 경우에 행동경제학에서 나온 심리학점 관점이 불황, 실업.정책변화의 영향과 같은 거시경제학의 핵심문제와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는 사실 또한 미래의 거시경제학-아마도 경제학에 심리학적 관점을 감미한-의 진로를 보여주고 있다.